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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호기심은 나를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갇혀 있는 것을 싫어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던 내가 어떻게 한 직장에서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국 직장이 주는 다이나믹함 (물론 지금은 기업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나의 기질, 그리고 미래가 비교적 잘 보이는 정해진 커리어 경로, 직장내에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경험 및 기회 등이 아니었다면 벌써 떠났을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해 본다. 떠났다면 불혹의 나이를 훨씬 뛰어 넘는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쨌든 어느새 돌아 보니 2년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가 한참이던 2021년초에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40대 중반에 해외로 이직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지인들이 보인 반응은 두가지였다. 첫번째 굳이 왜? 지금?이라는 반응과 두번째 멋있다! 라는 반응. 짐작하겠지만 첫번째 반응은 나를 아끼고 헤어짐을 안타까워 하던 선배들로부터, 두번째 반응은 나를 따르던 후배들로부터였다.
그 당시는 몰랐다. 인생에서 그런 큰 결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결정인지. 여기오자 마자 겪는 우여곡절을 글로 남기고자 했던 다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보낸 2년반 속에서 자연스럽게 잊혀져 갔다. 이제 와서 느끼는 느낌은 2년 반전에 내가 느끼던 느낌과 분명히 다를 것이고, 그 당시에 생생한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크게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역시 두 가지 느낌이다. 내가 왜 여기 와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과 지금이라도 도전을 해보고 더 넓은 세상을 봤다하는 성취감 이 두 가지 감정이 수시로 교대로 찾아 든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전 직장에 대한 미련도 점점 약해지니 어차피 여기서 살아갈거라면 열심히 살아가야 겠다고 어쩔 수없이 다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최근 '골든걸스'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인순이, 신효범, 박미경, 이은미, 나의 학창 시절 기억의 일부를 만들어 준 K-POP의 대선배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고 있다. 비슷한 나이의 전 직장 선배들은 이미 임금피크제에 들어가서 전성기에서 후퇴하는 일만 남은 반면 늦은 나이에 도전하는 이 네 분의 가수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했던 선택이 맞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그 선택이 맞도록 더 열심히 살아야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맏언니인 인순이님은 60을 훨씬 넘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였는데 방송 중에서 이 분이 남긴 발언이 크게 가슴에 와 닿는다. '해 보지 않고 나중에 더 시간이 지나서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보다는 해보고 맞으면 가는거고 아니면 노선 수정하면 된다'는 그녀의 어록.
지금 생각해 보면 2년반 전에 내가 이런 도전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저 그런 팀장중에 한명으로 최고의 전성기에 취해서 후배직원들 위에 군림하면서 현실이 주는 안주감에 만족하였거나, 하지 않은 선택에 대해 계속 궁금해 하며 고민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인순이님의 말대로 하지 않은 선택에 대해 평생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고 후회하고 노선 수정하는 것이 더 나은 듯 하다. 그리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것인지도 모른다. 30대부터 그토록 해외 이직을 위해 애 썼으나 실패하다가 40대 중반에 이직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지금부터라도 더 열심히 살아 가야겠다는 새해 다짐을 하게 된다.